빨간거짱구네 본점
Chanwook Lee 유럽에선 한식 없이 총 여행 기간인 36일을 잘만 버텼는데 미국의 경우 그보다 짧은 3주간 다녀왔지만 한식 생각이 많이 났다. 한식 갈증이 극에 달해 귀국하자마자 깔끔히 해결했다.
인천공항과 가까운 영종도에 항공사 승무원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다는 낙지전골 전문점이다. 이곳 영종점이 본점으로 체인점이긴 하나 인천, 경기권에만 지점을 몇 곳밖에 안 두었다.
직관적인 상호처럼 메뉴명도 굉장히 직관적으로 해놨는데 빨간거와 하얀거 이 두 개 중에서 고르면 된다. 당연히 빨간거는 매운 거고 하얀거는 연포탕이랑 비슷한 거라 보면 되겠다.
매운맛이 그리웠으니 빨간거로 주문했고 밑반찬으론 배추김치, 물김치, 바지락국이 나왔다. 물김치는 잘 익어 시원했으며 바지락국은 은은한 감칠맛이 좋아 가짓수가 아쉽지 않았다.
시뻘게 보기만 해도 화색이 도는 빨간거에는 팽이버섯과 부추가 위에 올라가고 국물 안에는 자잘한 돼지고기가 들어있었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여기에 산낙지를 잘라 넣어준다.
산낙지는 1인분당 한 마리씩으로 넉넉한 양이며 원물도 신선하니 좋아 보였다. 졸아드는 국물에 살짝만 익혀주곤 먹으면 되는데 확실히 식감이 오동통하고 쫄깃쫄깃한 게 남달랐다.
이어서 보글보글 끓는 국물 한입 딱 뜨자 입술을 부르트게 하는 매콤함과 자극적인 단짠단짠에 얼큰병에서 확 벗어났다. 뭔가 걸쭉한 떡볶이 양념 같기도 하면서 중독적인 맛이었다.
계속 떠먹다간 몇 시간 뒤에 분명 속이 엄청 쓰릴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만약 소주가 옆에 있었다면 제어가 안될 만큼 잘 들어갔을 거라 본다. 참고로 일행이 알쓰여서 술은 안 마셨다.
이런 국물은 절대 남을 리 없이 언제나 그리고 역시나 볶음밥으로 귀결된다. 욕심을 부려 두 개나 볶았는데 밥 네 공기는 됐던 거 같고 양념을 좀 덜어낸 뒤 밥과 재료를 넣고 볶아줬다.
맛이야 뭐 양념이 다 하니 당연히 좋긴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양념보단 기름기에 볶아먹는 볶음밥을 더 선호해 취향에 쏙 맞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메뉴는 귀국 후 최고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