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 Hanki Lee: ○ 스지탕으로 유명한, 58년된 인천의 노포
인천 신포시장의 오래된 노포 . 빛바랜 원형 식탁과 IMF 때 들여놨다는, 연탄 아홉 장이 들어가는 구형 연탄난로를 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벽 곳곳에는 다복집과 최승렬 시인에 대한 오래 전 기사와 자료들이 붙어 있었다.
다복집은 1967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올해로 53년째다. 가게 앞 오른쪽, 상호와 주소 표지판 사이에 있는 최승렬 시인의 라이브마크스는 약간 섬찟한 느낌도 들지만, 단골 손님에 대한 오마주다. 출입문 오른쪽 옆에는 포장마차처럼 배열한 안줏거리가 삼층으로 쌓여 있는데, 투명유리장이라 밖에서도 보인다.
일곱 명의 일행이 하나의 원형 식탁에 앉아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스지탕과 모듬전은 두 차례씩 시켰고, 족발은 한 차례 시켰다. 모듬전에는 함박스텍과 고추전, 새우튀김이 모두 들어가 있으니 고루 맛보기 딱 좋다. 오랜만에 맛본 냉족발은 냉면집 찬 수육 맛에 가깝다.
각 음식마다 다른 종류의 소스를 내줬다. 밀가루를 묻혀 지진, 옛 추억이 돋아나는 모듬전에는 케찹 소스가 딸려나오니 그야말로 음식과 소스 자체가 레트로다. 옛날 경양식을 좋아한다면, 이 집의 안주도 좋아할 거다.
시그니처 메뉴인 스지탕은 처음과 중간, 마지막에 각각 다른 맛을 냈다. 큰 감자를 넣은 대전집과는 달리 감자를 미니 깍두기처럼 잘게 썰어 넣었다. 그 감자의 전분이 풀리면서 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하고 걸쭉해졌다. 나중에 국물이 많이 쫄았을 때는 마치 하이라이스 같은 느낌이었다.
추가로 부어주는 육수도 점성이 있었는데, 전분을 푼 게 아니라 고기 육수란다. 대전집의 스지탕은 심심한 느낌이었는데 반해, 다복집은 내 입맛에 맞춤한 간이었다. 끓이기 전의 스지탕과, 국물이 쫄아든 스지탕은 모양과 맛 모두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다. 소힘줄(고기)은 익혀 나오니 초반에 먹어도 된다.
술은 인천의 장수막거리라고 할 수 있는 소성주. 인천에는 막걸리하면 소성주라고 할 정도로 소성주가 꽉 잡고 있다. 소성이 옛 인천의 지명이라고 하니, 소성-제물포-인천으로 이어진 듯 하다. 소성주는 장수막걸리보다 약간 더 단맛이 있었는데, 성분표에 밀과 우유가 함유돼 있다고 적혀 있어 제조방법이 궁금했다.
옛 선술집 분위기가 나는 공간은 물론이고, 음식 자체가 레트로인 곳을 찾는다면 인천 다복집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과거의 맛이 여전히 느껴지는 다복집 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설령 음식 맛이 본인 입맛에 다소 안 맞는다고 해도 다른 여러가지 매력이 있는 집이다. 인천에 간다면, 한번쯤 꼭 가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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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시장에는) 전설적인 술집 몇 곳이 남아 있다. 시인의 라이브마스크가 붙어 있는 전설 다복집과 대전집이 마주 보고 있고, 그 옆 골목에는 신포주점이 있다... 다복집에서는 유명한 소힘줄탕도 팔고, 메뉴가 많은 대전집에서는 빈대떡과 족발을 시켜볼 수 있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2015년 4월)
"다복집도 오래된 선술집이다. 대전집의 스지탕에 큰 덩어리 감자가 들어간다면 이곳 스지탕에는 잘게 자른 감자를 넣어 한 숟가락에 먹기 좋다. 스지탕, 족발, 꽃게장이 맛나기로 유명하다. 7년 전 작고한 한복수씨가 1967년께 열었다.
지금은 그의 부인 이명숙(71)씨와 맏딸이 운영한다. "낡아서 고치려고 하는데 손님들이 그 맛에 오니까 고치지 말라고 하네." 이씨의 말이다. 황토색 원형 식탁과 동그란 의자는 개업 초기에 마련한 것이다. 영화 세트장 같다. 2004년 타계한 시인 최승렬의 단골집이었다." (박미향 기자, 2015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