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 천재니깐: 화양동 한켠에 자리한 정면은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만큼, 생각지도 못한 골목에서 발견했을 때 반전의 묘미가 느껴지는 곳이다.
대로변에 붙어 있는 건 아니어서 “이런 곳에 유명한 식당이 있을까” 싶을 때쯤 나타나 반가움을 준다.
누가 봐도 허름한 장소에 자리한 작은 국수집 같지만, 한 발 들어서면 깔끔한 분위기와 세심한 손길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어 호감이 상승한다.
메뉴는 매우 심플하다.
사실상 쌀국수 하나를 두고 맵게 먹을지 말지 정도의 차이인데, 나는 “근본”처럼 보이는 백면을 선택했다.
사소한 고민 없이 주문한 백면이 어떤 맛을 보여줄지, 눈앞에 펼쳐질 풍경이 궁금했다.
먼저 사이드부터 눈길을 끈다.
솔직히 음식을 떠나서 반찬통 관리 상태가 상당히 깨끗했다.
내가 아침 첫 손님으로 들어가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대체로 덜어 먹는 반찬들은 손님들 손이 많이 가다 보니 어딘가 지저분하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여긴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갓김치나 배추김치가 “와, 이건 대단하다”는 정도의 맛은 아니어도, 위생관리에 신경 쓴 흔적이 뚜렷했다.
백면이 나오고 국물을 한 숟갈 뜨자마자 전날 술로 인해 무거웠던 머리가 확 깨는 기분이었다.
다만 돼지 육향이 확 올라오는 묵직한 국물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닭육수인가?”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맑은 맛이 살짝 예상 외였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거칠고 진한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조금 아쉬울 수 있겠다.
고기와 기타 건더기는 꽤 만족스러웠다.
아주 푸짐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한 수준이고, 면발도 호로록 잘 넘어갔다.
다만 아주 살짝 퍼진 듯한 식감이 느껴져 완벽히 탱글하진 않다는 점이 미묘하게 걸렸다.
다 먹고 나서 국물에 밥을 살짝 말아 먹는 게 개인적으로 이 집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면을 전부 먹지 않아도 좋고, 밥도 다 먹을 필요는 없지만, 스며든 녹말과 돼지향이 은은하게 남아 돼지국밥 같은 느낌을 일순간에 불러오니 꼭 한 번 시도해보길 권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직원들의 친절함과 디테일이다.
웨이팅이 있는 식당들은 종종 사장님이나 직원이 “내가 갑이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기운을 찾기 어렵다.
일하는 두 분이 서로 존댓말을 쓰면서,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나면 염도나 식감 같은 디테일을 물어보는 모습이 상당히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진다.
식사하면서 이런 사소한 배려 하나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 의외로 큰 플러스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