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5 Chanwook Lee: 은평세무서 건너편 오랜 전통의 감자국 가게, 은평구민이면 모를 리 없다. 어릴 적부터 자주 다녔으며 개인적으로 응암동 대림시장에 있는 감자탕집들보다 더 좋아한다.
감자탕이 아닌 감자국이라 부르는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딱 먹어보면 국 느낌을 주긴 한다. 대개 감자탕 하면 비주얼이 전골과 흡사한 반면 그렇지 않아서도 있다.
가격은 예전에 비해 크게 오른 듯해 보이지 않았고 메뉴 역시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감자국은 그냥 감자국과 우거지 감자국 두 개가 있는데 그냥 감자국엔 우거지가 없다.
소자로 시켜도 둘이 먹기엔 충분하나 남은 건 포장해갈 생각으로 우거지 감자국 중자를 주문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양이었고 남겨 포장해간 게 거의 소자는 됐다.
감자국에 밑반찬은 김치 하나면 충분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나온다. 예전엔 겨울철에 굴김치를 내줬는데 이제 반 접시, 한 접시 단위로 따로 시켜야 해서 아쉬운 부분이다.
우거지 감자국엔 등뼈와 감자 그리고 우거지 이렇게 세 개만 들어있으며 처음 나왔을 땐 국물이 되게 맑다. 끓이면 끓일수록 감자 전분이 풀어지며 점차 진국으로 변한다.
푹 익은 우거지부터 맛봤고 머금고 있는 국물과 특유의 은은한 단맛을 쫙 뿜으며 부드럽게 씹혔다. 그 자체로 맛있을뿐더러 국물에 깊이를 더해줘 우거지 추가는 필수다.
이어서 잘 우러난 국물을 등뼈와 덜어 한 숟갈 떠봤는데 라면 수프를 연상시키는 칼칼함과 감칠맛이 느껴졌다. 적당히 자극적이며 걸쭉하고 텁텁한 편은 전혀 아니다.
등뼈의 경우 국내산으로 살밥이 굉장히 많이 붙어있어 뼈를 똑 부러뜨려 먹다 보면 건져지는 살이 무궁무진하다. 대체로 육질이 연하면서 살짝 씹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마무리론 라면사리 먼저 먹고 밥을 볶아도 되는데 그러면 너무 과식이라 밥만 볶았다. 매혹적인 국물에 김치, 김가루, 참기름이라는 치트키가 더해져 손이 멈추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