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 Kang 작은 메뉴판에 몇몇 글자와 숫자만 적혀있다. 해장국 5,000원. 그 밑으로 맥주, 소주 4,000원. 해장국 값이 싼 건지 요즘 술 값이 많이 오른 건지. 영도에서 만난 식당들은 놀라운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집도 그랬다.
해장국 뚝배기 하나에 냉면 그릇에 담긴 쌀밥, 양푼에 담긴 깍두기가 나왔다. 밥 그릇은 없다. 먹을만큼 뚝배기에 덜어 먹으면 된다. 공깃밥 추가 1천원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미 여러 그릇의 양을 퍼줬다. 스텐 테이블은 좌석이 나누어지지 않고 1열로 길게 놓여있다. 빨리 먹고 일하러 가야 하는 뱃사람들의 구내식당에 온 것 같다.
국물은 맑은 편. 간은 세지 않고 시원하다. 고등어를 갈아서 넣었다고 한다. 시큼한 김치향도 스친다. 수저를 저으니 아직 익지 않은 탱글한 계란 노른자가 떠오른다. 주방을 넘겨다보니 간택기라고 하는 업소용 화구가 보이지 않는다. 뚝배기를 끓이진 않고 육수통에서 국자로 부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뚝배기가 뜨겁지 않다.
이모님은 주방에 한 분, 홀에 한 분 보인다. 다 먹은 손님이 일어나자 바로 상을 치운다. 만원을 내밀었더니 행주질을 하며 "바구니에 넣고 오천원 가져가세요!" 한다. 시원한 쿨거래. 우리도 뜨끈하게 아침 해장을 하고 현금 쿨거래를 하고 식당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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