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 천재니깐: 낙성대 근처 이름만큼 직관적인 ‘기절초풍왕순대’에 들었다.
1만 8,000원짜리 순대정식을 주문하면 커다란 접시에 머릿고기·순대가 한꺼번에 나오고, 뒤이어 큼지막한 뚝배기 순댓국이 놓인다.
양은 솔직히 웃길 만큼 많다.
소식하는 둘이라면 정식 하나로도 충분히 배부르고, 포장만 허락된다면 집에 들고 가 둘이 다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
먼저 머릿고기 수육부터 집어 봤는데 기대와 달리 온도감이 애매하고 조직이 물컹해 씹는 재미가 없다.
게다가 손질이 덜 된 부위엔 털이 보이는 바람에 몇 점 맛만 보고는 국에 넣어 푹 끓여 먹는 쪽이 낫겠다 싶었다.
반면 순대는 금세 분위기를 반전시킨 메뉴였다.
직접 만든 듯 속이 촘촘하고 살짝 차게 식어 있어도 탄력 있는 식감이 살아 있다.
은근히 퍼지는 돼지 내음이 비릿하기보다는 육향처럼 느껴져 오히려 매력적이다.
국물은 한 숟갈 뜨자마자 “아, 이 집은 깔끔보단 터프함이구나”라고 바로 감이 온다.
맵기 기준으로는 ‘칼칼 이상, 화끈 이하’라 매운맛에 약하다면 다대기를 미리 덜어 달라고 하는 편이 안전하다.
국물 자체가 묵직해 부산식 돼지국밥의 담백함을 기대하면 당황할 수 있지만 얼큰하고 깊은 맛을 찾는다면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
안쪽에는 고기가 넉넉히 들어가 있는데, 머릿고기와 달리 손질이 잘돼 잡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뚝배기 속 순대는 접시 순대와는 다른 베이스라 맛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무난히 술술 넘어간다.
밥과 기본 찬은 ‘있어서 다행’ 정도다.
밥알이 적당히 고슬해도 국물과 자석처럼 어울리진 않고, 김치·깍두기도 깔끔하되 특별함은 없다.
결국 이 집의 가치는 ‘순대’와 ‘국물’이 주도권을 쥔 채 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원초적 만족감이라고 보면 된다.
머릿고기에 실망해 재방문 의사가 뚝 떨어졌다가도 탄력 있는 순대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 “그래, 머릿고기만 빼면 괜찮잖아?”라는 마음이 든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갈 집은 아니지만 근처에서 묵직한 순댓국 한 그릇 생각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 정도로 기억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