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전식당 신설동점
신민경 그 어떤 유명한 미슐랭 음식도 신선한 재료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곳의 고기가 그 말을 증명한다. 나는 좋은 고기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로 식사 후 입안에 남는 잔여감을 꼽는다. 기름진 고기를 먹고 나면 흔히 입안에 텁텁함이나 눅진한 감각이 남기 마련인데, 이곳의 고기는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 한 점 한 점 씹을 때마다 깔끔하게 녹아내리고, 기름이 남기보다 감칠맛만을 남긴 채 사라진다.
고기는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방식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흔히 겪는 불만은 직원마다 굽기 실력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인데, 이곳은 그런 걱정이 없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며 고기를 알맞게 익혀준다. 물론, 내 남자친구의 실력이 ‘킹갓제너럴’급이었기에 더욱 맛있게 느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이곳의 고기가 워낙 좋아, 누가 구워도 실패할 확률이 낮은 듯하지만 잘 구워지기까지 한다면 더할나위 없다.
목살을 한 점 들어 올려본다. 적절한 지방과 살코기의 균형이 눈으로도 느껴진다.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며 배어나온 육즙이, 칼집 사이로 촉촉하게 스며든다. 입에 넣는 순간, 탄탄한 육질이 먼저 혀를 눌렀다가 씹을수록 부드럽게 풀어진다. 담백한 살코기의 깊은 맛이 느껴질 때쯤이면, 적당량의 지방이 혀끝을 감싸며 고소하고 녹진한 풍미를 더한다. 어느새 사라진 고기의 여운을 따라, 참기름에 버무린 파채를 올려 한입 더. 향이 강하지 않아 고기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살짝 감도는 참기름의 고소함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춘다.
삼겹살은 그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이다. 두툼하게 썰린 고기를 불판 위에서 구워 한입 베어 물면, 씹기도 전에 지방이 먼저 스르르 녹아내린다. 마치 연어를 입에 넣은 듯한 부드러움이다. 지방이 사라지고 나면, 그 자리를 탄탄한 살코기의 단백함이 채운다. 이 타이밍에 맞춰 파채를 곁들이면, 고기의 고소함과 파의 산뜻함이 서로 밀고 당기며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한입 한입, 모든 요소가 단순히 쌓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흐름을 가지고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반찬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특히 파채는 간이 과하지 않아 고기의 맛을 돋우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보통 고깃집 파채는 너무 달거나 시거나, 혹은 파 향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파채는 그런 실수가 없다. 처음에는 참기름의 은은한 고소함이 혀에 닿고, 그다음에야 파의 향이 뒤따라온다. 이 작은 디테일 하나가 전체적인 밸런스를 결정짓는다.
비빔냉면은 아쉽다. 신선한 나물의 향이 너무 강해, 앞서 먹은 고기의 풍미를 덮어버린다.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은 맛이지만, 이곳의 고기와 함께하기에는 조화롭지 않다.
결론적으로, 고기의 질과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반찬 구성, 그리고 안정적인 직원 서비스까지, 신설동 육전식당은 돼지고기의 진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한 끼를 먹는다기보다, 한 점 한 점 입에 넣을 때마다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기분. 좋은 고기가 주는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재방문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