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집
Wolf Kang 입구가 두 군데인 건물은 언덕에 지어졌다. 한 쪽에서는 1층이지만 반대편 입구에서는 계단을 내려가야 식당 입구가 나온다.
목동은 88올림픽을 위해 개발된 지역이라 역사가 길지 않다. 오래된 식당이 별로 없다. 그 중에 목동 노포라고 하면 가장 위에 이름을 올리는 개성집. 80년대 중반 목동 신시가지 건설이 시작되었을 때, 함바집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아직 아파트 단지가 서지 않고 올림픽도 하기 전부터 이어져 왔으니 목동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메뉴판 제일 윗자리는 만두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찐만두, 소머리국밥, 보쌈, 빈대떡이 이어진다. 식당을 시작할 때 메뉴가 그대로 이어졌다고 한다.
1934년생인 창업주 이유순 할머니에 이어 먼 친척인 현 대표가 2대째 운영중이라고. 창업주의 고향은 황해도 평산이고 외가는 개성이라고 한다. 2018년 주간한국 기사에서는 어머니를 통해 맛 본 개성의 음식을 선보였을 것이라 썼다.
토요일 오후 여섯 시. 주말이라 그런지 아직 한산했던 홀. 신발 벗고 올라가서 바닥에 앉는 자리, 의자에 앉는 테이블 석, 신발을 신은채 않는 테이블 석으로 다양한 구성.
조용했던 홀은 7시가 넘어가자 거의 채워졌다. 혼밥혼술을 하는 남자 손님, 가족, 연인, 부부모임으로 보이는 팀 등 다양한 손님들이 모였다. 결명자차를 내준다. 덕분에 생수 안 마시는 김아내도 홀짝.
2009년도 동아일보 기사에는 창업주의 인터뷰가 실렸다. 주방에서 가장 아끼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손수 담근 간장이라고 답했다. 이 간장을 쓰지 않으면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힘들어 간장 못 담게 되면 장사 그만해야지라는 말과 함께.
보쌈을 주문하면 보쌈김치를 따로 내어준다. 기본찬으로 올리는 작게 썰은 김치도 있어서 두 접시다. 맛 차이는 크게 못 느꼈다. 내 혀가 둔한 거겠지?
보쌈 소(小) 3만3천 원. 딱 알맞은 크기의 접시에 밝은 톤의 보쌈고기만 가득 올려서 예쁜 외모는 아니다. 깨끗하고 깔끔, 개성의 상차림이라는 느낌이다. 기름기 적고 잡내 없고 쫀쫀하게 씹히는 고기. 조만간 또 가겠는데.
만두국 1만 원. 앞자리에 혼자 앉은 써니의 그릇에 만두 두 알, 김아내와 내가 앉은 자리에 만두 세 알이 담긴 그릇으로 나누어 주셨다. 만두국도 다른 거 없다. 만두와 국이다. 심플한 외모. 조미 많이 된 국물은 잘 못 먹는데 간이 가볍고 깨끗해서 후룩후룩 자꾸 손이 간다. 이건 우리 부모님도 드실 수 있겠다.
애호박, 부추, 마늘, 표고가 들어간 만두소. 너무 잘게 갈지 않아서 초록의 중간중간 넉넉하게 박혀있는 돼지고기. 부드러운 고기 씹는 맛 뒤로 호박, 부추의 질감도 느껴진다. 맑고, 촉촉하다.
"오, 만두 맛있다!"
"냉동만두 파는데 사갈래?"
맛있다는 말에 김아내가 물었다. 만두는 즐겨먹는 음식이 아니고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집으로 사가는 경우도 별로 없다. 이 만두는 또 생각날 것 같다. 사야겠다. 식사 마치고 냉동만두 10알(1만4천 원)을 샀다. 맛있게 잘 먹고 왔습니다. 다음엔 소머리국밥과 빈대떡도 먹으러 가야겠어요.